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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끄적끄적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 파스칼 브뤼크네르

by 봄꽃이랑 기쁨이랑 꽁냥꽁냥 2023.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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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의 시대에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모험과 발견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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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로 집에서 잘 지내는 법, 굳이 나가야 할 이유, 나 잘 살고 있는걸까? 등의 고민을 많이 했었다.
격리의 삶에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 시점. 코로나19의 시기가 그리워지는 건 무기력해졌다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
과학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과학의 결함이나 지연을 참지 못한다. 아니, 그렇게나 많은 질병을 정복했는데 왜 아직도 못 고치는 병이 있담? 그냥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봐도 그토록 많은 사람이 자신을 구하거나 보호할 수 있는 백신 접종을 강경하게 반대했다는 사실은 어이없지 않은가?
- 31p

 



📖
이 세상은 우리를 고독, 진부함, 가차없는 권태, 존재의 피로, 영혼의 부유 상태로 이끈다.
- 52p

 



📖
스마트폰은 집으로 세상을 가져다준다. 스모트폰 한 대면 메시지, 뉴스, 음악, 영화를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이것이 대단한 진보임은 반박할 수 없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은 세상을 내 손바닥에 올려놓음으로써 피상적으로 만든다. 세상이 내게 오기 때문에 나는 세상으로 나아갈 필요가 없다.
(...)
스마트폰은 분주한 삶을 제공하면서도 그 삶을 실제로 경험할 필요는 제거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스마트폰을 만짐으로써 우리는 살아 있고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을 얻는다.
- 59p

 



📖
버지니아 울프의 천재성은 유폐의 공간을 해방의 공간으로 변모시킨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 제목 "자기만의 방"은 슬로건과도 같은 울림을 가진다. 부부의 방과는 별개로 자기만의 방 만들기, 그것이 자유를 향한 첫걸음이고 더 이상 남편에게 의존하지 않을 방법이다.
- 93p

 



📖
대도시의 매력은 활기차고 분주한 데 있다. 집이든 방이든 밖으로 열려 있을 때만 폐의 구실을 할 수 있다. 그래야만 더욱 확장되고 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문과 창이 꽁꽁 닫혀 있으면 폐는 위축되고 탁해 빠진 실내 공기만 들이마시게 된다.
(...)
집이 아무리 풍요로울지라도 세계가 될 수 없다. 집안에서 타자를 우연히 마주칠 일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세계를 대체할 수 없다.
- 119p

 



📖
집에 나 혼자뿐이고 찾아오는 이도 없다면,
성스러운 장소가 감옥이 되는 건 시간 문제이다.
더 이상 "밖"이 없다면 "안"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
세상의 거대한 빛,
불시의 아름다움이 끊임없이 왕래를 통하여
삶에 의미를 더해주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다.
- 123p

 



📖
과거의 모험가들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그러나 현대의 모험가들은 조이스틱을 잡거나 VR 글래스를 쓰고 드러눕는다. 실제로 신고 있는 것이 운동화든 샌들이든 실내화든, 가상현실에서 내 발을 감싸고 있는 것은 평행우주를 넘나드는 마법의 신발이다. 위대한 모험도 편안히 누운 자세로 가능하다. 우리는 가살현실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있는 법만큼은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을 차분하게 집에만 머물게 하는 "고인 물" 사회에는 "고인 물"상태의 신체들이 필요하다. 우리의 뇌를 강탈하려는 이들에게는 참으로 잘된 일이다.
(...)
21세기의 시민이란? 시청각 보조장치를 착용하고 방에 처박혀 기분전환에 몰두하는 인간 아닐까. 그는 자신이 더 이상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디지털 쌍둥이들을 통하여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한없이 외로워하리라.
- 148~149p

 



📖
동영상 소비가 더 늘어난다는 것은 자율성을 점차 잃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텔레비전 드라마 같은 영상물은 일상을 말소리와 소음과 색채로 재워주는 진정제가 된다.
(...)
우리는 드넓은 디지털 세계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쓸데없이 복잡한 이미지와 줄거리로 머리만 아프고 멍하니 허공만 보고 있다.
(...)
가상세계는 우리가 행동하고, 훈련을 받고, 직접 전쟁에서 싸우고, 낯선 나라를 방문하고 있다는 착각을 심어준다. 반면, 독서는 우리의 상상력만 흐들어놓을 뿐 여타의 감각을 자극하지 않는다.
(...)
영화관에 가는 단순한 활동조차 이제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재미있을지 어떨지도 모르는 영화를 보겠다고 일부러 집 밖에 나가고, 모르는 사람들과 컴컴한 공간에 한참을 앉아 있는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도 볼 만한 영상이 무한히 넘쳐나는데 굳이 왜? 천국의 면적은 딱 내 방만큼이다. 익명의 타인들과 함께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하는 일일 뿐 즐거움이 될 수 없다. 인터넷은 우리를 말 그대로 의자에 못 박아놓을 뿐 아니라 사적인 것에 무한한 우주를 차지할 만한 힘을 부여한다. 너무 견디기 힘든 현실에서 자신을 분리시키기 위한 피난처 혹은 평화로운 안식처라고 할까.
- 151~1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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