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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끄적끄적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 베르나르 베르베르

by 봄꽃이랑 기쁨이랑 꽁냥꽁냥 2023. 6. 27.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첫 번째 자전적 에세이인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는 작가의 삶과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유쾌하고 필치한 책이다. 이 책은 베르베르가 어떤 삶을 살며 어떻게 글을 써왔는지를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베르베르는 상상력과 창조력으로 방대한 작품 세계를 창조해왔으며, 이 책은 그가 어떻게 그러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냈는지를 공유하고 있다.

이 책은 베르베르의 어린 시절부터 저녁의 수프를 창간한 청소년기, 개작과 퇴짜를 거듭하며 데뷔한 신인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베르베르의 삶은 도전과 모험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의 경험과 만남은 소설 속 등장인물로 재탄생하며 그의 작품과 자연스럽게 얽혀있다. 이 책은 베르베르의 성장 과정과 창작 과정을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그가 작품을 만들어가는 영감의 원천과 규칙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베르베르는 하루에도 빠짐없이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글을 쓰는 엄격한 일과를 짜놓고 있다. 매년 10월에는 새로운 책을 발표하기 위해 그 시간에 열 장의 글을 쓰도록 하고 있다. 그의 끈기와 끈질긴 노력은 수많은 베스트셀러로 이어졌으며,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에 계속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베르베르의 작품은 그의 삶이 되고, 그의 삶은 작품이 되는 것처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베르베르는 자신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가 작품을 어떻게 구성하고 완성하는지에 대한 통찰도 제공한다. 그는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먼저 명상을 하고, 자신의 내면에 접속하여 창작의 에너지를 불러온다고 한다. 그리고 노트와 연필을 이용해 손으로 글을 쓰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고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을 선호한다.

베르베르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철저한 연구와 조사를 거친 후에야 작품을 진행한다. 그는 쓰는 도중에도 작품의 구조와 캐릭터를 계속해서 조정하며,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수정과 보완 작업을 반복한다.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에도 끝이 아니라, 베르베르는 독자의 의견과 피드백을 받아들여 다음 작품을 위한 학습과 성장의 기회로 삼는다.

이 책은 베르베르의 글쓰기 철학과 그의 생각을 나누어주며, 작가로서의 삶과 경험을 공유한다. 그는 작가로서 성공하기 위해 항상 도전하고 노력하며, 실패와 역경에 직면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는 용기와 열정을 보여준다. 그의 이야기는 글을 쓰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줄 수 있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는 베르베르의 팬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다. 그의 독특한 글쓰기 방법과 노력의 흔적을 통해 작가로서 성공하기 위한 지혜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고, 경험의 중요성과 새로운 경험을 소재로 삼는 능력을 부러웠다.
베르베르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운 점은 그의 작품들에 자신의 경험을 녹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냥 경험을 지나치지 않고, 직접 배우고 경험하며 깨닫는 일에 중요성을 두었다. 이런 자신의 경험들을 소재로 작품을 쓰는 베르베르의 능력은 정말로 부럽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나에게 이 책에서 알려주는 접근 방식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베르베르의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특히나 가장 유명한 책인 개미, 옮긴이가 추천한 책들인 타나토노트, 파피용, 고양이, 심판. 그리고 내가 베르베르 책을 처음으로 접했던 나무.

이 책에서 자신의 영감을 작품에 녹인 부분을 이해하고 난 후의 그 책들을 다시 읽어보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하다.




그 상급생은 방정식 <(a + b) X (a - b) = a2 - ab + ab - b2> 이 여러 단계를 거쳐 <1 + 1 = 3>이 되는 과정을 보여 줬다.
훗날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 삽입된 그 수식은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수학이라는 개념을 통째로 뒤흔드는 그 수식은 사회학의 영역으로까지 성찰을 확장해 주기도 한다. 각자가 지닌 재능을 단순히 합했을 때보다 그것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했을 때 우리는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요소를 더했을 때보다 그것들을 융합했을 때 더 큰 가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철학적 해석 또한 가능하다.
- 47p


자크의 차분함은 전염성이 강했다. 그와 함께 있다 보니 나 또한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크는 모든 동작을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가령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기 전에 먼저 냄새 맡기. 오랫동안 천천히 씹으면서 맛을 음미하기. 소화 기관을 타고 내려가는 음식의 움직임을 느껴 보기. 몸속으로 들어온 공기가 폐를 부풀리고 콧구멍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는 과정을 세심하게 지각하기. 발이 땅에 닿을 때의 감촉을 느끼며 걷기. 하나의 대상에 시선을 집중해 보기. 미술 작품을 감상하듯 주변 세계를 바라보기. 사물을 대할 때 경중과 가치를 따지거나 비교하지 말고 셰게라는 작품의 구성 요소로 받아들이며 온전히 그것의 형태와 특징을 음미하기.
- 59p


자크는 우리가 늘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지금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갖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나를 얻고 나면 더 나은 것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밖에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것을 갖지 못하면 부당하다 느끼고 좌절한다고. 만족을 모른 채 권태감과 결핍감 사이를 오가는 게 인간이라는 존재라고 그는 말했다.
“욕망 없이 살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거야?”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물론이야.“
”하지만 욕망이 완전히 사라진 삶은 어딘가 좀 슬프게 느껴져.“
”그렇지 않아, 도리어 해방감을 맛볼 수 있어.“
자크가 확신에 차서 말끝을 달았다.
”욕망이 없어지면 실망하거나 좌절할 일이 없어. 삶 자체가 너를 추동할 뿐이지. 너한테 벌어지는 모든 일을 감사히 받아들이게 될 거야. 처음 겪는 일을 놀랍고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이해하려 애쓰게 될 거야. 어떤 가치 판단도 내리지 않고.“
- 61p


나는 말이 몸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신비한 경험을 했다.
더 이상 이가 딱딱거리지 않았던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숨죽여 이야기에 몰입하는 동안 우리는 습기와 추위를, 서로에 대한 원망과 공포를 잊었다. 이야기에 이런 힘이 있었구나. 주인공 이름도 모르고 들은 이야기가 스트레스를 풀어 주고 불안감을 해소해 주다니.

서스펜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정보를 조금씩 천천히 흘릴 것. 절대 한꺼번에 다 주지 말고 상대를 감질나게 할 것.
그 안달하는 마음이 결국에 만족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단 모든 요소를 다 깔아 놓는다. 그런 상태에서 서서히 긴장감을 높여 가며 듣는 이가 집중력을 유지하게 한다. 그 다음은 선택이다. 던져 줄 정보와 숨길 정보를 선택해야 하고, 던져 줄 순서도 정해야 한다. 그런 전략 속에서 상대의 갈증이 커지게 하다가 놀라운 반전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전략이 제대로 먹히면 듣는 이는 칭찬과 보상을 바라는 어린아이처럼 된다. 그는 어린 시절의 호기심과 감동하는 능력을 되찾는다. 그리고 스스로 결말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 91p


나는 방대한 독서를 통해 글쓰기에 필요한 두 가지 상호보완적 기술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했다. 우스갯소리의 메커니즘과 마술의 메커니즘.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선 이렇게 해야 한다.
1) 독자에게 이야기의 대략적인 밑그림을 보여 준다.
2) 중요한 뭔가를 계속 숨긴 채 서사를 전개해 나간다.
3) 독자가 흥미를 잃지 않게 자잘한 요소를 조금씩 드러내 보여 준다.
4) 마지막에 가서 한 방에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놀라움을 선사한다.
5) 놀라움 속에 마술이 끝나는 것으로 등장인물들의 여정이 마무리되면, 이야기 전체의 극적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피날레를 장식할 마지막 터치를 추가한다. 일명 <체리 장식 효과>.
- 111p


우물 안 개구리는 좋은 이야기꾼이 될 수 없다고 나는 믿는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쓰려면 세상 밖으로 나가 부지런히 낯선 사람들을, 자신과 다른, 심지어는 정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꼼꼼히 기록해 놓았다가 나중에 작품에 활용해야 한다.
- 118p


단편 쓰기는 새로운 소재는 물론 새로운 서사 기법과 구성을 테스트하는 실험실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었다. 시 형식을 차용해 보기도 하고 대화로만 구성된 이야기를 써 보기도 하고 영화의 크로스 커팅 기술을 도입해 보기도 했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다음 날에 쓸 단편의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그날 있었던 일을 세밀하게 복기했다.
- 127p


<기업이 성장할수록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구성원을 해고하고 그 자리를 빈둥거리고 무능력하지만 고임금을 받는 구성원으로 채우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첫 번째 부류가 위협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인력이 임금을 적게 받다 보면 언제 기존 체계를 전복하려 들지 모른다는 것이다. 반면에 무능력해도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두 번째 부류는 기존 시스템의 영속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게 되어 있다. 동료들과 상사들은 그런 사람들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느낀다.>
- 198p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행성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살아간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만든 영화의 주인공이며, 그 영화 속에서 자신은 맞고 남들은 틀렸다고 믿는다.
그 푸근한 인상의 노인이 했던 얘기 중에 뭐가 사실이고 뭐가 거짓인지는 알 길이 없다.
판단하고 싶지 않다. 그저 이해하려 애쓸 뿐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기상천외한 인물을 만났고 그 캐릭터를 핀으로 꽂아 수집함에 소중히 간직해 뒀다.
- 356p


이번 책의 원제는 <개미의 회고록>이다. [개미]의 작가로 대중에게 인식되는 작가가 개미처럼 써 온 지난 30년을 돌아보며 뒤늦게 기록한 일기처럼 읽힌다. <일기>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만큼 작가의 숨김없는 자기 고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책은 성공한 작가 베르베르가 초보 작가들에게 건네는 글쓰기 안내서이기도 하다. 작가는 책에서 [개미]를 쓸 때 누군가 옆에서 조언해 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으리라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글쓰기에 열정을 느끼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멘토 베르베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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