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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끄적끄적

긴긴밤 - 루리

by 봄꽃이랑 기쁨이랑 꽁냥꽁냥 2023. 7. 10.

《긴긴밤》은 인간의 이기심과 동물들의 상호의존을 그린 이야기로 시작된다. 주인공인 흰바위코뿔소 노든은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라며 코끼리 식구들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가족들은 노든에게 코끼리에게 의지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며 서로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상호의존하는 삶의 소중함을 전해준다.

평온한 코끼리 고아원에서 머무느냐 세상으로 나가느냐 기로에서 용기를 내 결국 노든은 세상으로 나간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딸을 낳고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하지만 총을 든 인간들의 습격에 노든은 아내와 딸을 한꺼번에 잃고 동물원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 후, 노든은 적대적인 감정과 복수에 사로잡혔지만 앙가부라는 코뿔소와 친구가 되며 변화를 겪게 된다. 하지만 앙가부의 뿔이 잘려 죽고, 결국 노든은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가 된다.

한편, 펭귄 무리에서 버려진 알을 발견한 치쿠와 윔보는 알 아빠가 되어 알을 품고 돌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동물원은 불바다가 되고, 윔보는 청볼에 깔리게 된다. 치쿠는 아직 죽지 않은 윔보와 눈인사만 한 채 알을 들고 도망치다가 노든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이후 노든은 치쿠와 함께 바다로 향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노든은 복수보다 치쿠의 행복을 우선시하여 치쿠가 바다를 만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력한다. 어느 날, 치쿠는 알을 품은 채 일어나지 못했다. 노든은 치쿠 대신 알 품기를 계속 하였고, 결국 '나'인 펭귄이 알에서 깨어났다. 노든은 아기 펭귄을 바다로 보내기 위해 다시 여정을 떠나게 된다.

바다로 가는 중 또다시 인간의 습격을 받는다. 복수심으로 가득 찬 노든은 순간 아기 펭귄을 더 소중하게 여기며 도망치게 된다. 또다시 긴긴밤을 바다로 가는 여정을 하는 가운데 노든은 많이 지쳤고 시간이 갈수록 뒤쳐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노든이 일어나지 못했다. 우연히 지나가던 인간들이 노든을 데리고 가서 치료를 해주였지만 노든은 일어나지 못했다.

아기 펭귄은 노든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바다로 혼자만의 여정을 떠난다.


이 소중한 이야기를 통해 긴긴밤은 환경 보호와 동물들과의 상호의존을 강조한다.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반성과 동물들의 소중함을 느끼며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소설은 글과 그림이 하나되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하며, 독자에게 감동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눈이 멀어 이곳에 오는 애도 있고, 절뚝거리며 이곳에 오는 애도 있고, 귀 한쪽이 잘린 채 이곳으로 오는 애도 있어.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와 살을 맞대고 걸으면 되고, 다리가 불편하면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에게 기대서 걸으면 돼. 같이 있으면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야. 코가 자라지 않는 것도 별문제는 아니지. 코가 긴 코끼리는 많으니까. 우리 옆에 있으면 돼. 그게 순리야."

- 12p

"조금만 더 참아 봐요!"

나는 노든을 다그쳤다.

"미안하지만 이게 내 최선이야."

노든은 무안해하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작은 소리로 덧붙였다.

"나는 코뿔소지 펭귄이 아니라고."

나는 물속에서 느낀 것을 노든에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 그리고 노든과 내가 다르다는 것이 너무 서운했다.

"그치만 나한테는 노든밖에 없단 말이에요."

"나도 그래."

눈을 떨구고 있던 노든이 대답했다.

그때 노든의 대답이 얼마나 기적적인 것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 94p

[긴긴밤] 속 주인공들은 우리의 삶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내 삶은 내 것이지만, 또 나만의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가 다리가 불편한 코끼리의 기댈 곳이 되어 주는 것처럼, 자연에서 살아가는 게 서툰 노든을 아내가 도와준 것처럼, 윔보가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치쿠를 위해 항상 치쿠의 오른쪽에 서 있었던 것처럼, 잉가부가 노든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준 것처럼.

- 142p

[긴긴밤] 속 전언처럼 우리 삶은 더러운 웅덩이 같은 곳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 더러운 웅덩이 속에 빛나는 별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이야기한다. 오늘도 "별이 빛나는 더러운 웅동이" 속을 타박타박 걷고 있을 아이들에게 이 책이 작은 버팀목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힘들고 무서워도 도망가지 않고 소리 지르고 울면서 똥을 뿌리는 것이 최선임을, 다리나 눈이 불편한 친구를 놀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불편한 다리와 눈 옆에 자연스레 서는 것이 순리임을, 그렇게 나와 친구를 지키는 것이 더러운 웅덩이를 별빛같이 만드는 일임을 알고 서로에게 기대어 오늘을 버티고 내일로 힘차게 나아가기를. 그러다 보면 언젠가 우리는 다시 인사하게 될 것이다. "코와 부리를 맞대고" 눈과 눈으로, 마음과 마음으로, 영혼과 영혼으로.

- 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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