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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끄적끄적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 - 귀찮

by 봄꽃이랑 기쁨이랑 꽁냥꽁냥 2023. 9. 12.

 

 

사소하지만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는 것!

평범한 하루가 특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하루도 반짝이게 만들고 싶다.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기록은 선명하게 남으니까.
모닝 페이지 쓰기에 도전해봐야겠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천천히.


작가가 불완전한 채식주의자여서 채식 레시피가 제법 있다.
채식주의에 대한 마음은 타오르는데 의지가 부족한 나지만 그 음식들에 도전해 보고 싶다.
레시피에 종종 버섯감치미가 나온다. 버섯감치미는 뭘까?
검색해봤다. 진짜 있다. 청정원 버섯 감치미. 다시마스럽다.

간간이 책방투어를 하고 있다.
반달책방(문경에 하나밖에 없는 그림책방). 가 볼 리스트에 등록!

베란다에 조그맣게 텃밭을 가꾸고 싶었다.
거창하게는 아니고 파, 고추, 상추 등등..
좀 더 야심차게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내 나이 서른셋. 어렸을 때는 이 나이가 그토록 늙어 보였는데 막상 돼보니 아직 한창이다. 오히려 아무 거나 대충 먹고, 운동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지하상가에서 한철 입을 옷만 사 입던 20대보다 건강을 생각하며 잘 챙겨 먹고, 시간 내서 운동도 하고, 조금 비싸도 나에게 맞는 소재의 좋은 옷을 고르고 살 줄 알게 된 지금이 훨씬 건강하고 예쁘다. 노화는커녕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 11월 13일 토요일



서울에 가려는데 버스가 매진이다. 이럴 때마다 아빠 생각이 난다. 아빠에게 핸드폰은 통화와 문자용이다. 핸드폰으로 버스표를 예매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빠는 제 시간에 맞춰 가도 창구에 가서야 매진된 것을 확인하고 한참이나 기다렸다 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 차가 막차였다면 다음 차까지 또 얼마나 긴 기다림이 있었을까.
세상은 어느덧 과거에 머무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손짓 하나로 집 앞까지 배달되는 시대에 아빠는 불편한 다리로 배낭을 메고 버스를 타고 슈퍼에 가서 장을 본 뒤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이런 세상에 익숙한 그에게 그쯤은 아무 일도 아닐 수 있겠지만, 내 시선에선 그가 무언갈 타고, 사는 행위는 이토록 힘든 일로 느껴진다. 세상을 발전한다는데 나는 아빠와 아빠같은 사람들이 앞으로 얼마나 편해질지보다 어떤게 더 불편해질지를 상상하는 쪽이 더 쉽게 그려진다.
- 11월 18일 목요일



가끔 내 부족함에 나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더 최선을 다하고 더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 걸 왜 이 모양인 거냐며 스스로를 탓한다. 그럴 때마다 생각하자. 누군가에게 평가되기까지의 시간을 견디며 결과물을 내는 건 어렵지만 평가는 쉽다. 쉬운 평가에 휘둘려 내 지난 고민의 시간을 스스로 깎아내리지 말자.
- 11월 19일 금요일



좋은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선 반드시 평소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 그게 아무리 형편없는 글과 그림이래도 매일 그리고 쓰고 있어야 진짜 좋은 생각이 났을 때 그 생각을 놓치지 않고 표현할 수 있다. 아홉 번의 형편없는 글 없이 열 번째의 좋은 글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부족하고 엉망일지라도 매일 그리고 쓰기 위해 나 스스로 하는 다짐. 그러니 오늘도 이토록 형편없는 일상을 기록하자.
- 11월 24일 수요일



어떤 사람들은 꽁꽁 숨기다 짜잔~! 하고 보여주는 거 잘하던데, 나는 그 짜잔이 잘 안 된다. 순간을 참지 못해 정제되지 않은 글과 그림을 올려버리고, 짜잔 뒤에 숨었어야 할 짠내 나는 과정과 어설픔이 준비되지 못한 채 공개된다. 그로 인해 그 뒷면의 노고가 무색해질 정도로 가볍게, 형편없이 소비되는 걸 보며 경솔했던 행동을 후회한 적도 많다.
하지만 나는 이 경솔함을 고칠 생각이 없다. 그래야 완성된 모습보다 뒷면의 이야기를 더 많이 말하는 사람일 수 있으니까. 돌이켜보면 반짝임은 늘 완성의 순간보다 과정에 있었다. 모든 게 정리된 순간보다 미완의 순간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내 감정, 느낀 바가 더 생생히 살아 있었다. 설령 부족하고 어설플지라도 과정 속에 있을 때만큼 완성물에 대해 잘 표현할 수 있을 때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반짝임을 놓친 채 별안간 완성물을 보여주는 것을 더 두려워해야겠지. 그러니 경솔한 건 어닐까 하는 염려에 순간의 반짝임을 빼앗기지 말자. 후회를 무릅쓰고 후회에 무뎌지자.
- 12월 6일 월요일



상식적이라면 하나에 집중할 때 제일 잘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일이 하나만 있을 때보다 일이 서너 개 겹쳐 있을 때 더 잘해냈다. 중요한 일이 하나만 있으면 미루고 미루다 데드라인이 되어서야 할 텐데, 중요한 일들이 겹쳐져 있으니까 더 엄격하게 시간을 분배하고 전투적으로 움직인 덕분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욕심나는 일들 앞에서 이번에도 한번 그렇게 해보려고 한다. 힘들겠지만 난 결국 해낼 거라고. 그것도 잘해낼 거라고. 그러니 욕심껏 해도 된다고. 다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 12월 7일 화요일



고기를 완전히 끊을 수 없다면 최소한 고기 먹었다고 자랑하진 말아야 한다.
디지털 채식을 지향하는 나의 마음이다. 나는 불완전한 채식주의자다. 방금 전에도 믹스커피를 타 먹었고 지난주엔 치킨도 먹었다. 하지만 그걸 소재 삼지 않으려 노력한다. 현실의 움직임보다 디지털 속 움직임이 더 큰 세상이니까. 내가 추억하려 올린 사진 속 고기가 또 다른 고기 소비를 만들 테니까.
(...)
가끔 열심히 그리고 쓴 큰텐츠에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자극적인 음식을 소재로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떠올린다. 내가 1년 내내 불완전한 채식을 하는 것보다 인스타에 고기 사진 하나 올리는 게 훨씬 더 파괴적인 행동이란 걸.
- 12월 20일 월요일



제대로 쉬려고 했는데
제대로 쉬어야겠단 생각만 하다가
제대로 못 쉬었다.
- 12월 28일 화요일



밤새 잠을 설쳐 눈이 뻑뻑하다.
그게 모레 있을 콘서트 때문이었으면 좋겠지만
내일의 대통령 선거 때문이다.
누가 되든 내 인생은 망하지 않을 것이며
아마도 지금처럼 소소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초조하고 불안한 이유는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어쩌면 나였을지도 모르는 누군가가 죽거나 다치는 일이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자꾸 뉴스를 새로고침 하게 된다.
- 3월 8일 화요일



시골에 사는 슬픔 중 하나는 소의 참담한 생애를 이토록 가까이서 본다는 것이다. 그 생애는 어디서 태어난 소든 똑같은 운명이다. 어차피 팔려 갈 아기 소의 운명, 인공수정으로 평생에 걸쳐 출산과 임신을 반복하는 어미 소의 운명. 소로 태어나 이 운명을 피해갈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그런 운명의 소들은 평생 유전자 조작된 옥수수로 만든 사료를 먹고 좋은 우리에서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자란다. 적당한 운동도 유대도 없이 우리 안에 갇혀 끊없는 헤어짐을 반복하며 자란 소의 정서와 면역력이 좋을 리가 없다. 덕분에 유전자 조작된 옥수수는 면역될 여지도 없이 소의 뼈와 살로 고스란히 흡수되어 암을 유발하겠지만, 그 암세포가 미처 발견되기도 전에 도축되어 살코기 또는 우유의 형태로 사람의 입으로 들어간다.
산 좋고 물 맑은 시골에 사는 내가 채식을 지향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시골에 살아보면 환경이 좋아서 채식을 시작하지 않는다. 이렇게 자식을 뺐기고 엄마를 뺐긴 채 싸구려 밥을 먹는 소의 육신으로 만든 고기가 내 몸에 들어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 보듯 뻔해 채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 4월 4일 월요일



명절마다 조상을 모시는 나라에서 이제 좀 그만하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고작 8년 전의 일이다.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억하겠습니다.
2014.4.16 세월호 참사
- 4월 16일 토요일



끊임없이 실망시킬 용기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알고 보니 별로고, 가벼워 보이고, 재미없고, 시시한 사람이 되더라도, 그래도 나만큼은 나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줘야지. 괜찮아. 재미없어도. 일관성 없어도. 어느 한 분야에 꼽히는 사람이 되지 않더라도 괜찮아.
- 4월 21일 목요일



뉴욕으로 가서 매일매일 그날의 뉴욕 일기를 보내주는 메일링 서비스를 하면 어떨까? '독자도 같이 여행하는 기분도 들고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왜 꼭 어디를 가야 한다고 생각한 거지?' 싶었다. 그냥 여기 이 자리에서 해도 될 텐데 무슨 차이였을까.
- 4월 26일 화요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앞에서 울지 않는 내가 되었음 좋겠다..
- 5월 11일 수요일



오전 6시 즈음 일어났다. 아침 공기는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하루의 시작 선에 선 순간인 만큼 일어나자마자 후회할 일도 체념할 일도 없다. 그냥 시원한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운이 난다. 아침은 이런 거구나.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침이야!
- 5월 17일 화요일



베개 커버를 갈아 끼우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또 하나 발견했다. 푹푹 꺼지는 베개에 베개보다 한참 큰 커버를 갈아 끼우는 것. 머리륻 대면 슈---욱 꺼지는 그 편안함이 좋고 새 커버의 바스락하고 뽀송한 감촉이 좋다.
이렇게 내 기호를 발견하는 게 좋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까다로운 사람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취향이라고 하는 고정관념이 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어느새 빈틈없이 빵빵하게 채워진 베개는 싫어진 사람이 되어버린 거니까.
- 6월 12일 일요일



연필로 모닝 페이지를 쓴지 40일차. 이제는 좋은 아이디어나 글감이 떠오르면 휴대폰 메모장보다 좋이와 연필을 찾게 된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원고지에 그 많은 글을 연필로 쓰면서 완성했을까 싶었는데 손에 익으니 연필도 키보드만큼이나 빠르고 편하다. 완성된 글을 나만 알아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 6월 14일 화요일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아직도 고치지 못한 내 싫은 모습은, 역사보다 사건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내개 상처되는 행동을 했을 때, 종종 그 사건으로 상대방의 전체를 평가하며 마음 속에 나쁜 사람 낙인을 찍어버릴 때가 있다. 심지어 그걸 합리화하려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람이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 이야기하며 나의 정당성을 증명받으려 한다. 더 최악인 건 그렇게 내 주변 사람들에게 한 사람을 나쁜 인간으로 만들어놓고 나서야 제대로 된 판단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뒤늦게 한 사람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한순간의 말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 속에 오고 간 대화와 주고받은 마음속에 있었다는 걸 깨달아도 그땐 이미 늦었다.
이런 후회를 수없이 반복하고도 여전히 한 사건으로 한 사람의 전체를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아주 큰 상처가 되는 일이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일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한 발짝 물러나 사건 너머의 것들도 떠올리는 내가 되었음 좋겠다.
- 7월 4일 월요일



며칠 전에 구상해놓곤 '에이 내가 뭘' 하면서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프로젝트가 있었다. 근데 실리콘벨리에서 사업을 하다 한국에 안식년을 보내러 온 가영님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이야기가 튀어나와버렸다.
다른 어떤 말보다 멀리 보지 말고 딱 한 걸음 정도만 해보라고,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한 걸음 정도만 해 보라는 말에 설레고 용기가 났다.
- 7월 15일 금요일



대가 없이 하는 일도 결국 대가가 돌아오는 것 같다. 연재나 광고 만화처럼 당장의 대가가 보이는 일은 당장의 나를 먹여살렸지만, 일상툰처럼 그냥 내가 좋아서 대가 없이 한 일들은 더 오랜 시간 나를 먹여 살렸다. 어제 올린 일상툰도 그제 올린 유튜브 영상도 당장 아무 일도 없다. 그렇지만 지난 8년간 대가 없이 해온 일이 그러하듯 앞으로의 시간은 오늘 내가 대가 없이 한 일들로 먹고 살아지겠지.
- 8월 7일 일요일



그제 영덕에서 먹고 남은 오징어 회로 오징어 덮밥을 만들었다. 할머니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 중에 "알고 보면 천지에 먹을 건데 모르면 쓰레기야"라는 말이 체감되는 순간이다. 할 줄 몰랐으면 버릴 음식이었겠지만 지금은 먹다 남은 음식도 알뜰하게 요리해 먹는다. 매콤한 양념을 쌀밥에 싹싹 비벼 남긴 것 없이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아주 뿌듯하다.
- 8월 14일 일요일



오늘처럼 아무것도 안 해서 시간만 버린 날에도
천천히 지는 노을을 보고 나면 잘 산 기분이 든다.
- 9월 18일 일요일



시간 가는 걸 보면 정말 기가 막힌다.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욜해가 3개월 남짓이다. 이대로 올해를 망칠 순 없다. 흘러가는 대로 살 순 없다. 하늘 한 번 더 보고, 바람 냄새 더 맡자.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일도 가볍게 시도하자. 결과가 어떻게 되든 주눅 들지 말고 그냥 하자. 결과보다 경험치에 더 큰 의미를 두자. 잘해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해봤냐 안 해봤냐다.
- 9월 21일 수요일



생각해보면 사과뿐만 아니라 모든 게 풍요로운 시대다. 끼니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뭘 먹을지를 고민한다. 어떻게 몸을 보호할지를 떠올리는 게 아니라 뭘 입을지 고민한다. 여기저기 필요가 아니라 풍요가 넘쳐흐른다. 이미 충분한데도 부족함에만 꽂힌다. 나는 운 좋게도 그 황금 시기에 태어나 이 풍요를 당연하게 누려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더욱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행복하면 불행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하게 되는 것처럼.
- 9월 29일 목요일



과거의 내 관심사가 오늘의 일로써 돌아오게 된 것이다. 더 많은 관심을 좇지 말고 어디에 관심을 둘 것인지를 생각하자. 어디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인가에 몰두하자.
- 10월 5일 수요일



빌 게이츠의 책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에는 석유 값이 탄산음료보다 싼 것도 탄소 배출의 주 원인이라고 했다. 등유 값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거라며 위안을 삼아야 하는 걸까. 비싸져서 아껴 쓰는 게 아니라 원래 아껴 써야 했다. 올해부턴 내복을 더 껴입자!
- 10월 6일 목요일



가을비가 그친 쌀쌀한 주말, 모처럼 놀러 나와도 실내에 들어갈 수 없는 애견 가족은 테라스석이 있는 식당에서 추위를 견디며 밥을 먹는다. 원래는 그게 참 서러웠는데 언제부턴가 그게 더 좋아졌다. 경험이 입체적일수록 기억에 오래 남는다더니 안락한 실내 식사보다 고생스런 야외에서의 식사가 훨씬 선명한 추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오늘도 날은 추운데 매운탕은 따뜻하다. 차가운 멍게비빔밥에 소주 조합은 유난히 달달하다. 오들오들 떨며 오고가는 대화가 웃기고 즐겁다. 마루 덕분에 삶의 감각이 전보다 훨씬 또력해진다.
- 10월 9일 일요일



그게 나이지 않을 수 있었을까.
친구들과 놀러갔다가 인파에 섞이지 않을 수,
일하러 갔다가 몸의 일부가 기계에 끼잊 않을 수,
지하철 화장실에 간 사이, 흉기를 든 누군가가
따라오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라고 피할 수 있었을까.
*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 10월 30일 일요일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다. 나는 언제나 당장을 바랐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당장 성공하길, 오늘 심었으니 내일모레 싹이 트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길 바랐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라 여겼다.
하지만 이 작은 삼동초조차 때가 맞아야 싹이 튼다. 지금의 나는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을까? 모르겠다. 그래서 어쩌면 이번 책이 때를 놓친 삼동초 씨가 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실패라 여기지 말자. 할머니 말처럼 계절은 돌고 도니까. 지금 안 나면 늦게라도 날 것이다. 그때까지 낙담하지 말고 실망하지 않고 계속, 그리고 쓰자.
- 11월 6일 일요일



오늘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분명 어제와 다른 구석이 있지만 기록할 작정없이 보낸 보통의 하루는 매일이 비슷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뭐라도 쓰지 않고 하루가 지나면 오늘은 그저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되었죠. 그래서 매일 뭐라도 쓰고 그렸습니다. 완벽하게 쓴 건 아닙니다. 단서 같은 문장과 스케치를 휘갈긴 다음 며칠 뒤 다듬은 적도 많지요. 그렇게라도 안 하면 반복된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기에 매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말에도, 평일에도, 심지어 코로나에 걸렸을 때조차 쓰고 그렸습니다. 그렇게 단 하루도 같지 않은 저의 서른셋이 쓰였습니다.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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