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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끄적끄적

서재 이혼 시키기 - 이화열

by 봄꽃이랑 기쁨이랑 꽁냥꽁냥 2023.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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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봤을 때 어떤 내용일지 감이 오지 않았다.
서재 이혼 시키기라..
이혼하는 작가가 합친 책을 분리하는. 뭐 그런 내용인가.
책에 대한 이야기인가 생각했다.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이 책은 닮음과 다름의 차이를 이해하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자신의 자아를 잃지 않는,
독립적인 주체로 살아가는 삶의 태도에 대한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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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남편과의 책 취향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남편의 2000여 권이 넘는 책 들 중 작가와 겹치는 책이 4권일 정도로.
책 취향이 다르다는 것은 영화 취향이 다른 것과 비슷한 걸까?
나는 영화보다 책을 더 좋아하기에
정말 보고싶은 영화 외에는 남편의 취향에 따라 보는 편이다.
그래도 보면 재미있다.
책 취향이 다른 건 어떤 느낌일까.
관심 분야가 다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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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남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빵 터지게 웃은 게 몇 번인지 모른다.
공감을 하면서. 작가와 남편은 뭔가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느낌?
내가 공감하는 쪽은 어느 쪽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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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감동, 반성을 하면서 책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모든 걸 물어봐서 행동하는 것보다 혼자 해보고 틀리면서 배우는 게 나아."
- 22p



"너를 만나기 전의 나보다 너를 만난 뒤 내가 더 나아진 존재라고 생각해."
- 27p



결혼에서의 미덕은 효율성이 아니라 참을성이다.
- 36p


 
노부부가 손잡고 걷는 뒷모습이 세월의 풍파에 살아남은 사랑의 어떤 증거인 듯 잔잔한 감동을 받은 적도 있지만, 이젠 서로 지팡이가 되어줄 수밖에 없는 울적한 세월 때문이라는 것을 깨우친다.
- 37p



하지만 사는 것이 목적이지 전전긍긍 계획하는 것이 무슨 목적이란 말인가. 여행지에서 정보 검색 하느라 시간을 바친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수고로운 노동이다.
- 40p



나에게 여행 계획이란 모든 예약에서 해방되어 발길 닿는 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떠나는 유럽 자동차 여행이다. 여행도 인생도 기분 좋은 우연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리스크와 친해지는 용기만 있다면 말이다.
- 41p



스님의 말씀이 맞다.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도 바뀐다. 반쪽으로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이 바뀌는 것만 가지고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스님의 말씀에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상대의 우아한 배려나 변화 같은 거 기대하지 말고, 충직하게 매일 싸우세요.
- 62p



불행으로 끝나는 결별에서 배워야 하는 것이 있다면 스스로 자신감을 획득하는 것이다. 우린 타인의 행동에 아무런 통제력이 없지만, 적어도 자신의 인생을 통제하고 집중할 수 있다. 니체의 말대로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복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가장 훌륭한 복수는 상대에게서 완벽하게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 66p



상대의 취향은 이해와 분석의 영역이 아니다. 우선 "왜?"라는 의문사 대신 "아!"라는 감탄사로 바꾸는 것이다. 너와 나는 이렇게 다르지만 너 같은 존재, 나 같은 존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 73p



보고 깨우치면서 견해가 생기지만, 견해에 갇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것도 인간이다. 어떤 남자는 화초만 보이고, 어떤 남자에게 화초는 지각영역 바깥에 있다. 보이지 않는다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존재하지도 않는 걸 돌보지 않았다고 나는 화를 내고 있는 셈이다.
- 110p



"드디어 은퇴 이후 완벽한 프로젝트를 찾았어. 이런 조그만 책방 주인이 되어 와인 마시며 책을 읽는거야."
"집에서 마셔. 책방 주인 되면, 와인도 마실 수 없고 책도 읽을 수 없어."
- 114p



자식을 곁에 묶어두고 싶어 하는 부모의 잘못된 권력은 사랑, 희생, 가족주의라는 가면을 쓴다. 최고의 부모는 자식을 곁에 묶어두지 않는다. 자식을 키우는 순수한 목적은 자식에게 더 이상 부모가 필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 137p



다른 것들이 우리 몫이 되게는 하되, 떼어내면 우리 살갗이 벗겨지고 살점이 함께 떨어져 나갈 만큼 강하게 결합되거나 달라붙지는 말아야 한다.
- 140p



인생에서 주인으로 사는 비결은 '해야 하는 일'을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을 희생하지 않는 것이다.
- 152p



"다 아는 데서 새삼스러운 의미를 찾는 것, 미덕에 무심해지지 않는 것. 바로 그게 내 행복론이야."
우리는 행운을 통제할 수 없지만 작은 요령은 부릴 수 있다. 이를테면, 다 아는 데서 새삼스러운 기쁨을 추출하고, 작고 사소한 즐거움에 무뎌지지 않는 능력을 키우는 기술, 우리에게 허락된 작은 기쁨과 행운을 발견해서 어쩔 수 없는 작고 큰 불행에 물 타기 하는 전략이 그것이다.
- 162 ~ 163p



살아봐야 아는 것들이 있다. 성장하고 독립하는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우리도 더 이상 같은 존재가 아니다. 사랑으로 살찌워진 내 영혼도 독립한다. 줄 수 있는 것을 아낌없이 주었고, 받을 수 있는 것을 충분히 받는 행복하고 공정한 거래였다. 나를 애착의 습관에 붙들어놓지 않을 것이다.
- 168 ~ 169p



"너 아니? 사람들은 부탁하는 것만 해주라고 말해. 먼저 해줄 필요가 없다고. 한국말로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리켜 '오지랖'이라고 해. 그런데 살면서 기분 좋은 사건은 말이지. 대부분 누군가의 오지랖 넘치는 행동 덕분이야."
- 174p



최근 단비가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나에게 약간의 돈을 빌렸다. 자랑스러운 독립인데, 보태줄까 생각하다 마음을 고쳐먹는다.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면 부모로서 과업은 완성한 셈이다. 타인의 도움 없이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결국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생에서 배웠다. 부채 의식 없는 관계가 무릇 신성하다는 것도 말이다.
- 185p



나는 시간을 쪼개는 것보다 시간을 보태는 것이 좋다. 친구와 시간을 보낼 때는 느긋하게 대화에 집중하고, 좋아하는 요리를 할 때는 색깔과 냄새, 요리하는 시간에 집중한다. 맛은 거기서 나온다. 인생도 비슷하다. 집중한다는 건, 현재의 순간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습관이다.
(...)
느긋함은 현명함이다. 바쁨에서 멈춰 서서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느끼고, 주위에 일어나는 아름다움을 깨닫는 것이다. 내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 194 ~ 195p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알려면 우선 '자기'에게 관심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훨씬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몽테뉴가 말했듯이, 우리는 우리 삶의 용도를 모르기 때문에 다른 조건을 찾고, 우리 내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에게서 벗어난다.
- 191p



"하루하루가 너를 비추는 마지막 날이라고 상상하라. 그러면 네가 기대하지 않았던 시간을 감사히 받으리라."
우리에게 허용된 크든 작든 결국 삶이다. 산다는 건, 돌이킬 수 없는 과거도, 불투명한 내일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다.
- 203p



문득 생각한다. 만약 운명이 아름답게 늙는 것과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늙는 것 중에 선택하라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후자를 선택하리라.
- 211p



두고두고 기억할 수 있는 순간을 선사한다는 건 그야말로 행복한 선물이다.
- 215p



삶의 아름다움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이 모든 것이 한시적이라는 각성, 일상과의 미적 거리가 필요하다. 인간은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죽음이야말로 헛것을 분별하는 눈을 열어준다. 삶의 중력에 휩쓸리지 않는 곳은 자기 안의 심연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 2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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