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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끄적끄적

아몬드 - 손원평

by 봄꽃이랑 기쁨이랑 꽁냥꽁냥 2023. 10. 24.

 
 
인간을 구성하는 두 가지 위대한 키워드, ‘감정’과 ‘사랑’!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독특한 소년의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성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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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의 다름을 보는 나의 시선을 어땠나.
나의 아이들에게 다름을 있는 그대로 보게 잘 알려줘야겠다 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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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를 걸을 때 엄마가 내 손을 꽉 잡았던 걸 기억한다. 엄마는 절대로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가끔은 아파서 내가 슬며시 힘을 뺄 때면 엄마는 눈을 흘기며 얼른 꽉 잡으라고 했다. 우린 가족이니까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반대쪽 손은 할멈에게 쥐여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 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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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라는 이름이 붙여진 범죄자들.
그들도 다른 사람이었는데 그동안의 차별적인 대우로 다름이 틀림이 된 건 아닐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면 그들의 삶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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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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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즐기고 있는 지금, 다른 곳에서는 전쟁, 기아 등의 어려움 속에서 고통을 받고 살고 있다.
'너무 멀리 있는 불행은 내 불행이 아니다.'
이 말이 너무 가슴아프게 와닿는다. 그렇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윤재. 그에게는 우리가 이상하지 않을까. 과연 이게 정상이라고 말하는 게 맞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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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 혹은 만화 속의 세계는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더이상 내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영상 속의 이야기는 오로지 찍혀있는 대로, 그려져 있는 그대로만 존재했다. (...)
책은 달랐다. 책에는 빈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단어 사이도 비어 있고 줄과 줄 사이도 비어 있다. 나는 그 안에 들어가 앉거나 걷거나 내 생각을 적을 수도 있다. 의미를 몰라도 상관없다.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일단 반쯤 성공이다.
- 45 ~ 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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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든 여러 번 반복하면 의미가 없어지는 거야. 처음엔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고 조금 더 지난 뒤엔 변하거나 퇴색하는 것처럼 보이지. 그러다 결국 의미가 사라져 버린단다. 하얗게.
- 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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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한 가지 정답을 제시하던 엄마의 가르침에는 좀 위배됐지만 나는 그런 결말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치 이 세상에 정해진 답은 없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남들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한다고 해서 꼭 정해진 대응을 할 필요도 없는 게 아닐까. 모두 다르니까, 나같이 '정상에서 벗어난 반응'도 누군가에겐 정답에 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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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도 네가 이렇게 지내는 걸 원하지 않았을 거다.
- 엄만 제가 정상적으로 살기 ㄹ원하셨어요. 그게 무슨 뜻인지 가끔 헷갈리긴 하지만.
- 바꾸어 말하면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던 게 아닐까.
- 평범......
(...)
-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란단다. 그러다 안 되면 평범함을 바라지. 그게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이다,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란다.
- 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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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 1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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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누군가를 쉽게 재단하는 걸 경계한단다. 사람은 다 다르니까. 네 나이 때는 더 그렇고.
- 1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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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왕이면 즐겁고 예쁜 걸로 연습하려무나. 넌 백지나 다름없어. 그러니까 나쁜 것 말고 좋은 걸 많이 채워 넣는 편이 좋아.
- 해 볼게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가만있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 몰랐던 감정들을 이해하게 되는 게 꼭 좋지만 한 일은 아니란다. 감정이랑 참 얄궃은 거거든. 세상이 네가 알던 거소가 완전히 달라 보일 거다. 너를 둘러싼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모두 날카로운 무기로 느껴질 수도 있고, 별거 아닌 표정이나 말이 가시처럼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지. 길가의 돌멩이를 보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대신 상처받을 일도 없잖니. 사람들이 자신을 차고 있다는 것도 모르니까. 하지만 자신이 하루에도 수십 번 차이고 밟히고 굴러다니고 깨진다는 걸 '알게 되면', 돌멩이의 '기분'은 어떨까.
- 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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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곤이가 대체 어떤 앤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단지 아무도 곤이를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어딘가를 걸을 때 엄마가 내 손을 꽉 잡았던 걸 기억한다. 엄마는 절대로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가끔은 아파서 내가 슬며시 힘을 뺄 때면 엄마는 눈을 흘기며 얼른 꽉 잡으라고 했다. 우린 가족이니까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반대쪽 손은 할멈에게 쥐여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 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 152 ~ 1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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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라. 전엔 그렇게 운동이 하고 싶으면 그나마 돈이 되는 골프를 하래. 그러더니 이젠 그런 것도 없어. 그냥 어디 가서 부끄러운 자식만 되지 말래. 자기네들 맘대로 낳아 놓고 왜 자기들이 정한 미션을 내가 수행해야 되는데? 후회할 거라고 자꾸 협박하는데 후회를 해도 내가 하는 거잖아. 이름대로 가는 수밖에. 이름을 이도라라고 지어 놨으니까 또라이 돼야지, 뭐.
- 1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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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너한테 가까이 다가가니까 심장이 기뻐서 박수 치는 거야.
- 1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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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에 절도를 시작했는지, 언제 여자와 놀아 봤는지, 무슨 일로 소년원에 갔는지 따위를 자랑거리로 삼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 유의 조직에서 인정받으려면 그럴듯한 무용담, 혹은 훈장이 필요하다. 곤이가 아이들에게 맞으면서 버틴 것도 그런 통과 의례 때문일 거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게 모두 약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강한 것을 동경하며 생기는 나약함의 표현.
- 2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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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묻지 않았다. 왜 웃고 있느냐고. 누군가는 저렇게 아파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등지고 어떻게 당신은 웃을 수 있느냐고.
비슷한 모습을 누구에게서나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채널을 무심히 돌리던 엄마나 할멈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멀리 있는 불행은 내 불행이 아니라고, 엄마는 그렇게 말했었다.
- 2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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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 2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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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나도 모른다. 말했듯이,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딱 나누는 것 따윈 애초에 불가능한 건지도 모른다. 삶은 여러 맛을 지닌 채 그저 흘러간다.
나는 브딪혀 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
- 228 ~ 2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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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아이들이 태어난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축복받아 마땅한 아이들이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군가는 사회의 낙오자가 되고 누군가는 군림하고 명령하면서도 속이 비틀린 사람이 된다. 드물지만 주어진 조건을 딛고 감동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좀 식상한 결론일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


아낌없는 사랑으로 결핍 없는 내면을 선물해 주신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감사한다. 한때는 내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라난 것이 작가가 될 깜냥이 못 되는 거라 생각해 부끄러웠던 시절도 있다. 세월을 거치면서 그 생각은 바뀌었다. 평탄한 성장기 속에서 받는 응원과 사랑, 무조건적인 지지가 몹시 드물고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것이 한 인간에게 얼마나 큰 무기가 되는지, 세상을 겁 없이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주는지, 부모가 되고서야 깨닫는다.

이 소설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 특히 아직도 가능성이 닫혀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 내미는 손길이 많아지면 좋겠다. 거창한 바람이지만 그래도 바라 본다. 아이들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사랑을 주는 존재들이다. 당신도 한때 그랬을 것이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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