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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끄적끄적

밥보다 여행 - 이상정

by 봄꽃이랑 기쁨이랑 꽁냥꽁냥 2023. 7. 26.

 

 

Suddenly you know...It's time to start something new & trust the Magic of new beginnings.

있잖아요. 갑자기...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그리고 새로운 시작의 마법을 믿어볼 시간이 되었습니다.

- 79p

 

 


 

환경이 더 나은 공간의 동물원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아니다. 동물 뿐만 아니라 수족관은 아예 폐지되어야 할 수순을 밟아야 한다. 제국주의의 치졸한 산물인 '동물원 폐지'를 주장한다. 세상의 모든 동물원과 수족관은 치료 목적이 아니라면 사라져야 할 대상 1순위라고 말하면 과격한 주징이라고 하겠는가. 이제 그럴 때가 되었다.

모든 동물은 자연에서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야 한다. 베를릴 동물원 우리 앞 동물 소개서에는 동물을 지원하는 스폰서 이름이 적혀 있다.스폰서는 각 동물의 양부모인 셈이다. 소개서 마지막 부분에 천적이 그림으로 그려 있다. 그중 대부분 마지막 먹이사슬 단계에는 도끼를 든 사람이 표시되어 있다. 그렇다 인간이 제일 나쁘다.

- 100p

 

 


 

마닐라를 떠나는 날, 공항에 데려다 준 C는 '이제 백 번이나 만날 거 같아?'라고 했다. 갑자기 울컥했다.

"인생 얼마나 남았다고. 그러니까 남은 생 동안 서로에게 잘해야 하는 거야."

C가 덧붙였다. 마닐라에 다시 갈 이유다.

- 105p

 

 


 

"후무스의 원조가 어느 나라인지 묻는다면, 누군가 후무스가 우리나라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때 당신은 이렇게 말하세요. 'Yes, it's yours.' 매우 간단합니다. 후무스는 모두의 음식이니까요. 자, 이제 맛나게 먹을까요?"

듣고 나니 이보다 더 현명한 답이 있을까 싶다. 이 한마디를 실천만 한다면 원조 논란을 단번에 불식시킬 수 있을 텐데...... 세상의 분란은 이렇게 너그러이 한발 물러서면 간단히 잠재워지는 것이 아니었을까?

- 116p

 

호텔로 돌아오며 가이드의 답 'it's yours'를 꺼내 아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한마디로 한 걸음 아니라 두 걸음이라도 물러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어떠랴.

아이도 이 여행을 마무리 지을 즈음에는 두 걸음 나아갈 내일을 위해 한 걸음은 너끈히 물러설 수 있는 여유를 찾지 않을까 싶다.

- 118p

 

 


 

사이공, 호이안, 방콕, 푸켓, 치앙마이에서도 우리는 무수한 고양이와 개들을 만났다. 그들은 느렸다. 나는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이 눈치를 보고 몸을 사리며 재빨리 피하는 줄 알았다. 다이내믹한 서울이기 때문에 서울의 고양이들은 다이내믹하게 살아가야 하고, 도시의 위협적 존재인 '사람'에 겁을 먹고 두려워해야 함을 이번 여행에서 깊이 알았다.

내가 아무런 공격적 행동을 취하지 않았음에도 눈을 한쪽으로 치켜뜨고 한 발은 도망갈 태세를 하는 서울의 길고양이들이 다른 도시에서 만난 고양이들처럼 똑바로 쳐다보고 순수한 눈빛을 보내며 살아가길 바란다. 더운 여름날 목을 축일 깨끗한 물그릇이 다른 세상에서처럼 놓여지길 바란다. 거친 면, 모진면을 한 꺼풀 두 꺼풀 벗어내고 더불어 느긋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 131p

 

 


 

느리게 걷는 사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다이내믹 코리아에서는 느리게 걷는 사람들이 아니라 뒤처지는 ㅅ하람들로 치부된다. 새벽 배송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새벽에 물건이 도착하는 나라에서 우리는 너무나 빨리빨리 앞서 나가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뒤처지는 '루저'가 된다고 생각해서일까.

 

서울에서, 늦게 가도 천천히 가도 더불어 함께 가는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새벽 배송을 거부하고 로켓배송을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함께 둘러보며 나아가자는, 세상을 향한 나의 작은 움직임이고 실천이다. 주위를 둘러보며 느리게 살아가기로 했다.

- 191p

 

 


 

아이가 서너, 댓살 되었을 때부터 나는 아이에게 '타당한 이유'를 묻곤 했다. 뭔가를 갖고 싶다고 하면 "타당한 이유 세 가지만 말해보세요"라고 했다. 그때 아이는 명확히 '타당한'의 의미를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문맥상 이해하고 머리에 송송 땀을 맺으며 요구한 세 가지 이유를 대려고 열심히 생각했다.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 229p

 

 


남의 큼지막한 떡을 바라만 보고 있으면 침을 삼키고 앉아 있겠지만, 누구를 위한 떡도 아닌, 나를 위한, 나를 행복하게 할 소박한 내 떡은 시도하면 손안에 들어온다. 문제는 생각의 한계이다. 생각이 쳐놓은 작은 그물 안에 머물면 우리는 언제나 내가 쳐놓은 한계, 그 덫에 걸린다. 생각을 확장하는 만큼 활동 범위는 무한정 넓혀지고 '나'를 향한 가능성이 확대된다, 라고 나는 믿는다. 살아보니 그러했다. 물론 어른이 된 후 뒤늦게 깨달았지만 말이다.

(...)

 

대학이 미래의 안전한 해법이 아니듯 대기업 취업 또한 마찬가지다. 팽생 보장, 멋진 직장은 영원하지 않을 뿐더러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멋지게 재미나게 활동하는 직장이 멋진 삶의 터이다. 30대가 지나서는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20대에 시도할 수 있는 것, 뭐든 할 수 있는 20대가 값진 이유다.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고 쌓아가는 것이 기나긴 인생길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 믿었다. 최종 판단과 결정은 아이가 했다.

- 257 ~ 258p

 

지난 경험은 한 개도 버릴 것 없이 앞으로 나아갈 때 다 유용하다. 심지어 떼어내버리고 싶은 실패와 오류로 점철된 '흑역사'들마저도, 담설전정, 이번 여행 동안 끼고 살아갈 우물의 틀을 만들었다면 앞으로 지식, 정보, 경험의 다양한 '눈뭉치'를 이 우물에 끊임없이 퍼 담아 넣어가기를 바란다.

- 260p

 

 


 

생각이란 노력하지 않으면 저절로 오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에게 갑자기 창조적 아이디어를 내보라거나, 심지어 생각을 쥐어 짜보내라고 강요해도 생각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것은, 생각이란 부단한 연습을 통해서야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 생각하며 사는데 그게 어렵냐고 하겠지만 솔직히 어렵다. 더군다나 창조적 생각을 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창조적으로 뛰어난 인간은 소수인가 싶다.

 

275일간 입력된 정보의 '우물'은 보관만으로 효용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되씹고 곱씹고 다듬어야 한다. 이후에 다가오는 삶 또한 매 순간 그러하다. 관찰하고 생각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관찰 또한 신경을 쓰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심코 버스 창밖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봤던가? 무심하면 경험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다. 마음을 두어야 한다. 호기심이 중요한 이유다. 호기심을 가지면 대상을 포착하고 관찰하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 270 ~ 271p

 

 


 

정호승 시인이 성철 스님을 인터뷰할 때 좋은 사진은 많이 찍는 가운데 나온다고 설명했다. 스님께서는 그렇다면 천 번을 찍으라고 말씀하셨다, 라고 시인은 <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 마디>에서 회상했다 사진을 천 번을 찍고, 실행이 10년 동안 쌓이면 길이 닦이고 열리는 것이 세상 진리임을 나는 아주 뒤늦게 깨달았다. 그것이 세상에서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일임을 또한 터득했다.

아이는 "헐, 알지만......"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 2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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