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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끄적끄적

지구 끝의 온실 - 김초엽

by 봄꽃이랑 기쁨이랑 꽁냥꽁냥 2023. 10. 14.

 
 
지구는 더스트라는 환경재해를 겪었고, 그 후 재건에 성공, 더스트는 완전히 사라졌다.
어느 지역에서 모스바나라는 식물이 과하게 증식함을 목격하고 이를 연구하던 식물 연구원 아영.
이를 밝히는 과정에서 모스바나라는 식물이 더스트 감소의 1차 원인임을 알게 된다.

더스트 시대의 인간들이 살아남기 위해 죽고 죽이는 사람들, 그 속에서도 용기있게 헤쳐나가는 사람들.
코로나 시대를 겪어온 우리이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설.
하지만 나는 읽으면서도 궁금해서 계속 읽기는 하지만 좀처럼 집중할 수 없었다.
소재와 반전은 신선했지만 풀어나가는 과정이 좀 진부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맛있거나 예쁘거나, 하다못해 약으로 쓸 수 있는 식물 외에는 더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더스트가 사라지면, 대니의 특별 전시회를 열 거야. 저건 역사적으로도 아주 가치 있는 그림들일 거야. 그러니까, 이 시대에도 불행한 일들만 있지는 않았다는 걸 사람들도 알게 되겠지. 우리에게도 일상이, 평범한 삶이 있었다는 거 말이야."




인류는 그간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역사만을 써온 것일까요. 식물 인지 편향은 동물로서의 인간이 가진 오래된 습성입니다. 우리는 동물을 과대평가하고 식물을 과소평가합니다. 동물들의 개별성에 비해 식물들의 집단적 고유성을 폄하합니다. 식물들의 삶에 가득한 경쟁과 분투를 보지 않습니다. 문질러 지운 듯 흐릿한 식물 풍경을 바라볼 뿐입니다. 우리는 피라미드형 생물관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식물과 미생물, 곤충들은 피라미드를 떠받치는 바닥일 뿐이고, 비인간 동물들이 그 위에 있고, 인간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반대로 알고 있는 셈이지요.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은 식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지만, 식물들은 동물이 없어도 얼마든지 종의 번영을 추구할 수 있으니까요. 인간은 언제나 지구라는 생테에 잠시 초대된 손님에 불과했습니다. 그마저도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위태로운 지위였지요.




"(...) 마음도 감정도 물질적인 것이고, 시간의 물줄기를 맞다보면 그 표면이 점차 깎여나가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어떤 핵심이 남잖아요. 그렇게 남은 건 정말로 당신이 가졌던 마음이라고요. 시간조차 그 마음을 지우지 못한 거예요."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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