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산신도시 거주자 성은 씨의 A형 독감 진료를 둘러싼 논란과 함께, 의료 서비스에 따른 우선권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똑닥 앱을 통한 병원 예약과 진료의 편리함이 동시에 도래하면서, 돈을 내고 우선권을 누리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의문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송산신도시에 거주하는 성은 씨는 지난 12월 중순 A형 독감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대기자가 73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당일 접수가 어렵다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직원은 성은 씨에게 앞으로는 '똑닥'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예약을 권고했습니다.
똑닥은 병원 접수와 예약을 중개하는 스마트폰 앱으로, 초기에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지난해 9월부터는 멤버십 유료 가입 후에만 이용 가능하게 변경되었습니다. 멤버십 비용은 월 1100원이며, 연간 1만1000원입니다.
비록 큰 돈은 아니지만 성은 씨는 돈을 내고까지 줄 서는 번거로움을 느끼며 월 이용권을 결제하게 되었습니다. 똑닥 유료 결제 서비스는 월 1100원의 이용료를 부과하지만, 병원 예약의 목적을 고려할 때 이는 시간을 구입하는 것과 같은 형태입니다.
서비스에 대한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있다. 긍정적으로는 줄을 서거나 시간을 들여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평가는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 부족 논란과 함께, "환자는 구분없이 모두 진료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언을 어긴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논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질 정도로 커졌다. 똑닥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브로스 측은 돈을 더 내면 먼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진료 순서는 환자의 응급도, 의료진의 판단, 병원의 상황 등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병원 측에서 똑닥으로만 진료 접수를 받거나 현장 접수를 우선으로 하는 경우, 똑닥으로만 접수를 받는 경우에는 진료를 받지 못할 수 있어 의료 공공성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똑닥은 유료 앱 서비스로, 똑닥과 연계된 병원의 접수와 예약을 모바일로 도와주지만, 돈을 더 내면 먼저 진료를 받게 해주는 상품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은 사실상 의료 공공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똑닥은 사용자 수 면에서 큰 규모를 자랑하며,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600여 곳의 연계 병원이었지만, 현재는 1만3000곳을 넘어가며 누적 가입자 수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국민 5명 중 1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그 인기는 다른 유사 앱들을 압도하고 있다.
맘카페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계속해서 "똑닥 안 쓰고도 영유아 검사 예약 가능한 곳 있나요?"와 같은 질문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아과가 많은 신도시에서는 똑닥이 필수 앱으로 여겨져 많은 이용자들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희진 씨는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5세와 3세의 어린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 최근에 이주한 신도시에서는 무조건 똑닥을 사용해야 하는 필수 앱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합니다. 그녀는 "동네 대다수의 소아과와 이비인후과에서 똑닥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똑닥 서비스 논쟁을 회상하면 1년 전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떠올라집니다. 해당 글은 '놀이공원 매직패스에 분노한 아버지'의 이야기였습니다.
매직패스는 롯데월드에서 2006년 도입한 놀이기구 탑승 예약 시스템으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별도의 출입구를 통해 먼저 기다리고 있는 줄과 상관없이 바로 놀이기구에 탑승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합니다. 이 서비스는 5회 이용에 4만9000원, 10회 이용에 8만9000원으로 이용 가능합니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당시 초등학교 4학년, 1학년의 아버지로 자신을 소개하며, 매직패스가 불공정의 시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정상적으로 기다린 사람들과 달리 돈을 더 내고 특별한 혜택을 받는 일을 우리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며 이를 반대했습니다. 긴 분량의 글은 빠르게 화제를 모았으며, 자본주의에서 황당무계한 글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글쓴이에 동조하는 댓글도 상당히 많이 달렸습니다. 댓글 중에는 다른 이의 시간을 돈으로 뺏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매직패스 논쟁에 불을 지른 것은 2023년 4월 2일 한 지상파 방송에서 정재승 KAIST 뇌과학과 교수의 발언이었습니다. 정 교수는 매직패스에 대해 "새치기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이라며 "먼저 줄을 선 사람이 먼저 서비스받는 게 당연하다. 놀이공원에서 주로 줄을 서는 아이들이 어릴 때 그런 걸 보면 어떤 가치를 배우게 될까"라고 질문했습니다.
이 방송 이후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매직패스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을 침해한 상품이라는 주장과 함께,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자 흔한 가격 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일부에서는 동일한 상품을 구입자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은 일반적인 가격 차별이며 자유경제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 교수의 발언은 한국에 '정의' 열풍을 일으킨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마이클 샌델이 2012년에 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주장한 내용과 유사한데, 샌델 교수는 매직패스와 같은 우선 탑승권을 '새치기 권리'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화제가 되었지만, 미국에서는 2010년대 초반부터 유니버셜스튜디오 할리우드를 비롯한 여러 놀이공원들이 매직패스와 같은 우선 탑승권을 유료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개념은 놀이공원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공항에서도 '패스트 트랙' 서비스로 도입되어 왔습니다. 패스트 트랙은 높은 항공료를 지불하는 승객들이 여권과 국가 심사를 위해 기다릴 필요 없이 특별한 제도를 통해 빠르게 통과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한국에서는 공항에서 이러한 서비스가 없어졌다는 언급도 있습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놀이공원이나 공항에서의 우선 탑승 서비스가 공정성에 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합니다. 그는 선착순이라는 줄서기 윤리가 '돈을 낸 만큼 획득한다'는 시장 윤리로 대체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돈과 시장의 영향력이 비시장 규범을 대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샌델 교수의 주장을 바탕으로 누리꾼들도 새치기 매매권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는 다른 공간을 나누어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다른 사람의 시간을 사는 개념이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이들은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었지만 이제 시간도 돈으로 사는 시대가 왔다"며 "문제는 그 시간이 타인에게서 뺏은 시간이란 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줄서기를 낭비와 비효율적인 행동으로 간주하며, 돈을 지불하여 더 빠른 서비스를 받는 것은 시간에 대한 가격을 매기고 경제적 효용을 높이는 행동으로 설명합니다. 명품백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대리 줄서기 사업', 미국의 값비싼 전담 의사 서비스, 중국의 진료예약권 암거래 등은 이러한 시장 논리를 반영하는 사례들입니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은 개인이 원하는 재화는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타인의 권리를 침범하지 않는 한'이라는 중요한 조건이 붙습니다.
2000년대 원빈의 대사인 "사랑 이제 돈으로 사겠어"는 돈으로 사는 시대가 왔음을 시사했으며, 현재는 물, 공기, 시간과 같은 상상할 수 없던 것들도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러한 비시장적인 방식이 시장 논리로 대체되는 경향은 현대 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어서, 줄서기와 같은 현상을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샌델 교수의 말에 따르면, 현재의 새치기 권리 구매 현상은 30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이지만, 지금은 일상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놀이공원의 매직패스에서 시작된 우선권 논쟁이 의료 서비스로 확대되며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살펴보았습니다. 돈으로 사는 시대에 도전하는 가치와 평등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간과 우선순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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